연필 깎기 :: 04. 궁상맞은 연필 깎기
오랜만에 연필을 깎았다. 다시...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다.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... 끄적끄적... 낙서라도 하기위해서. 정말 오랜만이다. 그럼... 새로운 기분도 낼 겸 새 연필을 깎아볼까? 아니다. 그보다는 예전부터 눈에 띄던 이 녀석. 궁상맞은 연필을 깎아야겠다. 연필심이 안쪽에서 부러져서 테이핑을 해놓고 사용하던 연필이다. 참으로 궁상맞다. 이까짓 거... 얼마나 한다고... 살살 붕대를 풀듯이 테이핑을 벗겨냈다. 사람으로 치면 뼈가 붙을법도 한데... 연필심은 그렇지 않다. 똑 부러져 있는 그 상태. 그대로다. 다시봐도 아깝다. 돈이 문제가 아니라 그냥 아깝다. 그래도 일단 마음을 먹었으니 커터칼을 꺼낸다. 좋아하는 커터칼이다. 슥슥... 잘 깎인다. 나름 중요한 포인트인데 사진 초점이 나갔다. 연필심과 나무가 분리되는 포인트. 슥슥 나무를 깎다가 연필심을 마주하게 되는 순간. 조심스러워진다. 연필심은 깎으면 안되기 때문이다. 그렇게... 최대한 조심스럽게 깎아나가다보면 매끈한 느낌이 들면서 나무가 떨어져나간다. 그 느낌이 좋다. 연필심과 나무의 경계면. 이 부분은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. 연필심에 작은 상처가 생긴다. 긁히는 느낌. 이 느낌은 좋아하지 않는다. 그래서... 더 조심스럽다. 깎여나간 연필은 그대로 사진으로 담는다. 특별한 의미가 있다기보다는... 그냥 담는다. 이제 마지막 단계다. 가장 어려운 연필심 부분이 끝나면 나무 부분을 한 번 더 다듬는다. 가끔은 각진 모습으로 남길 때도 있지만 오늘은 부드럽게 마무리했다. 연필 깎기. 이게 뭐라고 기록으로 남기기 시작했을까? 그리고 조금 엉뚱하기는 하지만... '나는 살면서 몇 번이나 연필을 깎게 될까?' 라는 제목으로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. 연필 깎기? 그걸 일일이 어떻게 다 기록해? 그런데 걱정할 필요없다. 이번에는 무려 1년 2개월만이다. 그 만큼 대중없다. 당연히... 부담도 없다...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