연필 깎기 :: 03. 연필심은 건드리지 않아

 

연필 깎는 걸 좋아한다.


연필 드로잉을 좋아하는 것만큼

연필 깎는 것도 좋다.


뭔가 수공예를 하는 듯한 느낌.


정교하고 섬세하다.


빠른 작업을 위해서

슥슥 깎아내려가는 것과는 다르다.


나무의 질감을 느끼고

다듬어지는 형태에 집중한다.




연필 깎기 :: 03. 연필심은 건드리지 않아, 523


연필을 깎을 때는 

순수하게 나무 부분만 깎아낸다.


연필심은 건드리지 않는다.


유일한 원칙.






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그런건 아니다.


처음에는 그냥 아까워서 그랬다.


뭐... 


취향 차이라고 볼 수도 있다.


연필심이 뾰족하게 깎여 나가는 걸 보면

괜히 아까운 느낌이 든다.


연필깎이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.


그럴거면 차라리 샤프를 쓰지...


이런 생각을 한 적도 있다.






지금도 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.


다만, 그 이유보다는

연필 깎는 과정에서의 감각.


그 특유의 느낌을 더 좋아하게 됐다.


조심조심...


집중하면서 살살 벗겨내다가

연필심에서 깔끔하게 떨어져 나가는 순간.


이게 참 묘한 만족감을 준다.


까칠한 나뭇결과

매끈한 연필심의 경계선.


그 사이를 오가는 손의 감각이 좋다.


이 때는 실수로라도 

연필심을 긁지 않게 주의한다.





연필을 깎고 난 후

이렇게 남겨진 흔적도 좋다.


이게 왜 좋을까?


여전히 물음표지만

그냥 좋다.


가만히 보게 된다.


마치, 미술작품 처럼.






그러니까 이렇게 기록으로 남기는 거다.


일단, 지금은 좋으니까.


이번에는 새연필이라서

남겨진 흔적의 양이 조금 많다.


지난 번 연필 깎기의 세 배 정도는 되는 것 같다.



  



연필을 깎고 남겨진 흔적.


마지막 안식처는 유리병이다.



참... 희한하다.


이게 왜 좋을까?



댓글